인간행동과 사회환경 37

3) 성격의 구조



프로이트의 초기 성격 구조 이론의 중심이 되는 개념은 무의식적 정신 과정이었다. 그러나 1920년대에 그는 정신생활의 개념모형을 수정하였으며, 인간의 의식 수준과 밀접하게 관련된 또 다른 정신의 세 가지 모형을 발달시켰다. 즉, 그는 인간의 성격 구조가 원초아(id), 자아(ego), 초자아(superego)로 구성되었다고 제시하였다. 인간 행동은 이러한 성격 구조의 세 가지 구성요소가 상호작용함으로써 발생하게 된다.



(1) 원초아 



원초아는 출생할 때부터 작용하는 생득적인 정신 에너지의 근원으로서 전 생애 동안 성격의 기초가 된다. 원초아는 심리적 에너지, 충동, 행동의 동기를 정신에 제공하며, 성격의 원천적인 요소로서 이것으로부터 자아와 초자아가 분화되고 발달한다. 원초아는 성욕이나 공격성과 같은 본능적 욕구를 관장하는 곳으로,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생물적인 쾌락과 충동에 따라 행동하려 한다.

 원초아는 본능에 따라 움직이므로 모든 억압을 무시하며, 성욕과 공격성과 같은 충동에 의해 나타나는 정신에너지를 즉각적으로 방출하는 일차적 원리(primary principle)를 나타낸다. 만일 이러한 충동이 억제될 경우에는 성격 체제에 긴장이 오기 때문에, 원초아는 참을성이 없이 즉각적으로 긴장을 감소하려는 쾌락원칙(pleasure principle)에 따른다. 따라서 원초아는 무의식적이고 충동적이며 불합리하고 자애적인 방법으로 표현되며, 이런 행동이 다른 사람이나 자신의 보전에 미치는 영향을 전혀 도외시한다.

 프로이트는 긴장으로부터 성격을 해방하는 원초아의 두 가지 기제로 반사작용(reflex actions)과 일차과정(primary process)을 제시했다. 원초아는 반사작용을 통해 자동으로 불안을 일으키는 자극에 대하여 반응하며, 이러한 자극이 유발하는 긴장을 재빨리 제거한다. 일차적 과정은 심리학적인 현상으로서 개인이 언젠가 자기의 기본적인 욕구를 만족시켜준 적이 있는 어떤 대상물의 심상을 떠올려 긴장을 감소시키는 것이다. 일차적 과정은 적극적인 과정이지만, 배고픔, 목마름, 성적 충동 등에 의해 야기된 긴장을 만족스럽게 방출할 수는 없으며, 참된 만족을 얻으려면 현실 세계와 접촉해야 한다. (Nye, 1991:27)

 원초아가 지배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은 성적, 공격적 충동과 같은 본능적인 욕구를 거의 통제하지 못한다. 그런 사람의 행동은 주로 쾌락원칙에 따라 욕구를 즉각적으로 충족시키고자 하며, 현실 세계나 사회의 윤리와 가치에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2) 자아



자아는 성격의 집행자로서 외부 현실과 초자아의 제한을 고려하여 원초아의 욕구를 표현하고 만족시키는 정신기제의 일부이다. 자아는 원초아로부터 진화되었으며, 그것으로부터 에너지를 빌어서 환경의 요구에 반응한다. 원초아의 요구가 충족되지 않거나 긴장 감소를 위해 유기체와 외부 세계와의 교섭이 필요할 때 원초아로부터 자아가 발생하게 된다. 자아는 본능이나 충동을 현실적이고 합리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상황 여건을 고려하기 때문에 현실원칙(reality principle)에 따른다. 현실원칙은 욕구를 만족시키는 대상이나 환경조건이 성숙할 때까지 본능적 만족을 지연시켜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행태로 만족을 얻는 것이다. 자아는 원초아와는 달리 사실과 허구를 구별할 수 있으며, 상당한 양의 긴장을 참을 수 있고, 새로운 것을 경험함에 따라 변화가 오며, 인지적, 지각적 기술을 발달시킨다. (Hjelle & Ziegler, 1994:58)

 현실원칙은 이차과정(secondary process)에 의해 지켜진다. 이차과정은 자신이나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본능적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현실적 사고에 근거하여, 어떤 대상물의 심상을 떠올려 긴장을 감소시키는 단계를 지나 욕구를 만족시킬 대상을 현실적인 존재로 만드는 과정이다. 자아는 이러한 행동이 효과적인지 아닌지 알아보기 위해서 현실 세계의 사건과 자기 마음속의 사건이 서로 관계가 있는가를 알아보는 현실검증(reality testing)의 기능을 수행한다. (Hall, 1990:50)

  자아는 주위 환경에 효율적으로 대처함으로써 원초아의 긴장을 감소시키려고 한다. 원초아의 본능이 가지고 있는 원래의 정신적 에너지의 일부는 자아가 작용하는 데 소모된다. 여기에서 원초아를 만족시키는 어떤 대상이나 과정에 정신적 에너지를 쏟는 것을 집중(cathexis)이라고 하며, 이러한 것들을 금지하거나 억제하는데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을 반집중(anticathxis)이라고 한다. 원초아는 집중만을 할 수 있으며, 자아는 집중과 반집중을 모두 지니고 있다. (Nye, 1991:28)

 한편 자아는 행동을 통해 충동을 방출하는 것이 자신에게 최선의 이익이 되지 않을 경우에 이를 막는다. 즉, 자아는 개인이 충동을 통제하고 좌절을 인내하도록 돕는다. 자아는 본능적 욕구를 통제하거나 방출하는 기능을 수행하며, 개인이 현실에 적응하도록 한다.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현실 세계에 합리적이며 만족할만한 적응을 할 수 있는 사람이 강한 자아를 가질 수 있으며, 이것은 건강한 성격의 기초가 된다.



(3) 초자아



초자아는 사회규범과 행동 기준이 내면화한 형태로 나타나며, 현실보다는 이상을, 쾌락보다는 완벽을 추구한다. 즉, 이것은 사회의 가치와 도덕이 내면화된 표상으로서 자기 행동이 윤리적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게 해준다. 초자아는 성격 구조의 세 가지 구성요소 중 마지막으로 발달하는 체제로서 부모와 동일시 과정을 통해서 발달한다. 초자아는 출생할 때부터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 아니며, 부모나 선생님 등이 주는 보상과 처벌을 통하여 초자아를 자기 내부에 내면화함으로써 발달한다.

 초자아는 양심(conscience)과 자아 이상(ego ideal)이라는 두 가지의 하위체계로 이루어져 있다. 양심은 부모의 처벌을 통해서 얻어지는 것으로, 부모가 잘못된 행동이라고 말한 것과 그리고 이 때문에 아동이 처벌받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 자아 이상은 부모가 아동을 인정해 주고 보상해 줄 때 생기며, 부모가 아동에게 자부심을 갖도록 하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 자아 이상은 개인이 목표와 포부를 갖게 해주며, 그가 이것을 달성한다면 자존심과 긍지를 느끼게 된다. 초자아는 부모가 하던 조절을 자기 스스로 조절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완전히 성숙했다고 할 수 있다. (Hjelle & Ziegler, 1994:60)

 초자아는 사회가 용납하지 않는 원초아의 성적, 공격적 충동을 억제하며, 현실적 목표를 도덕적 목표로 전환하도록 자아를 설득하고, 이상과 완벽을 추구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초자아는 자신에 대한 비판적 평가능력이나 도덕적인 억압 그리고 개인이 이상으로 여기는 대로 생활하지 못하는 데에서 오는 죄의식 등을 포함한다. 

 한편 원초아가 선천적인 생물학적 특성이 심리적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한다면, 자아는 객관적 현실과 교류한 결과이며, 초자아는 사회의 산물로서 문화적 전통을 전달하는 매개체이다. 이 세 가지 체계 사이에는 분명한 경계선이 없으며, 각기 독립된 개체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다. 즉, 자아는 원초아로부터, 초자아는 자아로부터 형성되며, 이것들은 일상생활을 통해 끊임없이 상호작용하고 융화된다.

 성격의 세 가지 체계는 각기 고유의 기능과 특성 및 역동성을 지니면서 인간의 성격을 이루고 있다. 인간의 에너지양은 일정하기 때문에 성격의 세 가지 중 어느 것에 에너지를 많이 투여하는가에 따라 성격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원초아에 에너지를 많이 투여하게 되면 나머지 두 곳의 에너지가 적어지게 되어 본능적 사람이 되고, 자아에 에너지를 많이 투여하게 되면 현실적인 사람이 되며, 초자아에 에너지를 많이 투여하게 되면 도덕적인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한편 자아가 원초아와 초자아를 적절히 통제하고 조정하여 성격 구조의 관리자가 되어 에너지 체계가 적절하게 균형을 이룰 때 건전한 성격이 형성된다고 한다. (이옥형, 20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