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자아 통합과 죽음
1) 자아 통합
노년기는 자기 삶을 되돌아보고 그동안의 일들을 점검하고 받아들이는 시기이다. 즉, 노년기는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수용하고 만족스럽게 생각하며 두려움 없이 죽음에 직면할 수 있는 태도를 갖는 자아 통합의 시기이다. 자아 통합은 자신 인생의 의미를 숙고한 다음 평생에 있었던 모든 과오, 실패, 결점, 갈등, 절망 등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어려운 과업을 통해서 성취될 수 있다.
자아 통합은 어떤 의미에서 심리·사회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른 결과이며, 인생의 의미를 발견함으로써 도달할 수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자아 통합을 성취한 개인은 자신의 인생이 만족스러웠으며 의미가 있었다고 평가하며, 과거의 사실을 부정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수용할 수 있다. 따라서 그들은 현재 상황과 과거의 사건을 통합하고 현재의 결과에 만족한다. (김태련, 장휘숙, 1996:408)
자아 통합을 획득한 사람과는 대조적으로 자신의 과거와 현재의 인생을 후회하고 불만스럽게 생각하는 사람은 절망감에 빠진다. 그들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르게 살아보겠다고 생각하지만, 다시 성취하려고 노력하기에는 너무 시간이 짧아 어찌할 수 없다고 판단한다. 따라서 그들은 다가오는 죽음을 만족스럽게 수용할 수 없으며, 자신과 타인을 원망하면서 우울해하고 불안해한다.
2) 죽음에 대한 태도
노년기가 되면 누구나 죽음을 가까운 현실로 지각하고 나름대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자기 재산, 소유물 등을 정리하며, 과거에 대해 회상하는 시간을 많이 갖고, 자신을 재평가하며 통합하려고 노력한다. 이처럼 노년기에 죽음에 대해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하더라도 인간의 죽음에 대한 공포는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경험이다.
사람들은 죽음 자체보다는 죽음 후의 세계에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무력감, 죽음의 고통, 죽음 이후의 자신 존재의 소멸, 육체의 부패 등을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성별로는 여성이 남성보다 죽음을 더 두려워하지만 자기 죽음을 더 인정하며, 연령별로는 연령이 많은 사람이 적은 사람에 비해 죽음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고 덜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특히 연령이 많은 노인일수록 죽음을 더 의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가옥 외, 1994:201)
죽음에 대한 태도는 자아 통합의 성취 정도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자아 통합을 성취한 사람은 자기 죽음에 대한 갈등과 불안을 줄이고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는 반면에, 절망감을 갖는 사람은 죽음을 수용하지 못한다. 또한 종교가 죽음에 대한 태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되고 있으며, 신앙심이 깊은 사람은 다른 사람에 비해 죽음을 덜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정옥분, 2000:440)
3) 죽음의 과정
노년기가 되어 인간이 죽음에 이르는 것은 하나의 연속적인 과정을 거치며, 생물학적 변화뿐만 아니라 심리적 변화과정을 거치게 된다. 인간의 죽음의 과정에 대해서 kubler-ross(1969)는 1) 부정, 2) 분노, 3) 타협, 4) 우울, 5) 수용 등의 다섯 단계를 제시하였다. 인간의 죽음의 과정에는 개인차가 존재하며, 다섯 단계를 모두 경험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 모든 단계에서 기초가 되는 정서는 희망이다.
부정(denial)은 죽음에 이르는 첫 단계로서 자기 죽음이 임박한 사실을 알았을 때 대부분의 사람은 충격을 받고 그 사실을 부정하려고 한다. 즉, 사람들은 죽음이 자신에게 해당하지 않으며, 자신이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말한다. 부정은 죽음의 충격에 대한 임시적인 방어 수단으로서 죽음이라는 현실에 대한 고통을 일시적으로 덜어 주게 된다.
분노(anger)는 자기 죽음에 대한 부정이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고 인식되었을 때 나타나게 된다. 대체로 분노, 격분, 질투, 원한 등의 감정을 경험하며, 의사, 간호사, 가족 성원 등에게 다른 사람이 아니고 하필이면 왜 나인가에 대해 화를 낸다. 그러므로 이 단계에서는 가족들을 비롯한 죽어 가는 사람을 돌보는 모든 사람이 그에 대해 이해해 주고 따뜻한 관심을 가져줄 필요가 있다.
타협(bargaining)은 죽음이 어떻게든지 조금이라도 연기되거나 지연될 수 있기를 바라는 단계이다. 자기에게는 아직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이 남았으므로 그 일들을 마칠 때까지만 살 수 있게 해달라고 때때로 절대자인 신과 타협이나 협상에 들어가게 된다. 죽어 가는 사람은 조금이라도 더 살 수 있다면 예전과 다르게 다른 사람들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한다.
우울(depression)은 죽어 가는 사람이 죽음의 필연성을 받아들이고 우울해하거나 슬퍼하는 단계이다. 죽어 가는 사람은 침묵하게 되고, 방문자를 거절하며, 많은 시간을 울거나 슬퍼하면서 보낸다. 이러한 행동은 개인이 주위의 가족과 친지 그리고 기타 일생 연결되어 왔던 모든 사물과 결별하기 위한 하나의 점진적이고도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그러므로 주위의 보호자는 죽어가는 사람의 심정을 잘 이해하여 우울해하거나 슬퍼하는 표현을 잘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수용(acceptance)은 자신의 운명을 수용하고 평온한 마음을 갖게 되는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는 감정의 표현이나 변화를 거의 보이지 않으면서 죽음을 기다리는 태도를 보이게 된다. 즉, 우울해하거나 슬퍼하는 감정이나 육체적 고통이 실질적으로 사라지고 편안한 마음으로 죽음을 받아들이는 단계이다. (Santrock, 1997:60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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