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자아 정체감의 형성
자아 정체감의 형성은 아동기의 동일시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청소년기를 거쳐 전 생애 동안 지속된다. 자아 정체감의 기초가 인생의 초기에 이미 형성되어 평생 계속하여 진행되는 과업이라 할지라도 자아 정체감의 형성에 있어서 결정적 시기는 청소년기이다.
자아 정체감의 형성에서 청소년기가 다른 어느 시기보다도 중요하게 부각되는 이유는 이 시기에 신체적, 심리적, 성적인 면에서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며, 인지능력이 발달하고, 신체적으로는 성인이지만 정서적, 경제적으로는 부모에게 의존하는 주변인(marginal man)이기 때문이다. 또한 청소년기는 자기 자신에 대한 정의를 내리게 되고,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시기이며, 과거와 현재에 이어 미래에 자기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탐색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청소년기의 내적, 외적 상황들은 자아 정체감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허혜경, 김혜수, 2002:119)
청소년에게 주요한 질문은 '나는 누구인가?'이다. 즉, 이것은 자신의 존재에 대한 숙고와 자각을 통하여 자아 정체감을 찾기 위한 노력이며, 그들과 관련된 생활의 선택을 검토하고 자기결정을 내리기 위한 것이다. 청소년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아 정체감을 형성하게 된다. 청소년기의 자아 정체감의 형성에 있어서 주요한 쟁점은 직업의 선택, 신뢰성과 생활에 기초한 가치의 적용, 만족스러운 성적인 정체감의 발달 등과 관련되어 있다. (Papalia, Olds & Feldman, 1998:369)
자아 정체감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먼저 신체적, 성적 성숙이 이루어져야 하며, 추상적 사고가 발달해야 하고,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있어야 하며, 부모나 또래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자아 정체감 형성에서 청소년의 과업은 동일시의 산물을 미래의 열망과 적절히 연결해 자신에 대한 만족감을 얻는 방향으로 통합하는 것이다. 자아 정체감이 형성된 사람은 신념, 가치관, 정치적 견해, 직업 등에서 스스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4) 자아 정체감 형성의 영향요인
자아 정체감의 형성은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는 과정으로 정체감 혼미상태로부터 점차 정체감 성취의 상태로 이루어진다. 청소년의 자아 정체감의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다양하지만 그중에서도 부모와 동년배가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부모는 청소년의 자아 정체감 형성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부모가 자녀에게 애정적이고 부모자녀 사이의 의사소통을 격려하며 자녀의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노력을 권장하는 경우에는 청소년이 자신의 인생에 대해 고민하고 자유롭게 의사결정을 하게 되어 자아 정체감의 성취나 유예상태가 된다.
부모가 자녀에게 적대적이며 행동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강압적인 경우에는 청소년이 자신의 장래를 고민하기보다는 부모의 결정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자아 정체감 유실 상태에 놓이게 된다. 한편 부모가 자녀에게 무관심하고 접촉을 회피하며 무시하고 거부적인 경우에는 청소년이 자아 정체감 혼미에 빠지기 쉽다. (허혜경, 김혜수, 2002:129)
동년배는 청소년의 자아 정체감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청소년기에는 자신에 대한 의문과 불확실한 미래 등과 같은 비슷한 고민으로 방황하는 시기이다. 청소년기의 또래집단은 이러한 고민을 비롯한 부모와의 갈등, 가치, 신념, 진로, 장래의 직업 등에 대하여 의논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한다.
한편 자아 정체감의 형성에는 성별로 차이가 존재한다. 정체감의 탐색에서 남성은 이념이나 직업 선택이 핵심적인 관심사이지만 여성은 인간관계 및 결혼과 양육에 중점을 두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여성이 남성과 비교하면 자아 정체감의 형성을 더욱 복잡하고 힘든 과업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남성이 여성과 비교하면 더 높은 수준의 자아 정체감의 형성을 보인다는 것이다.
5. 사회성 발달
1) 사회적 관계
(1) 가족관계
청소년은 자기 자신과 친구에게 의존하기 시작하면서 부모와 가족으로부터 점차 멀어지기 시작한다. 부모는 청소년의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는 기쁨과 함께 자녀들로부터 거부당하는 느낌을 동시에 갖게 된다. 특히 아버지보다는 어머니가 자신에게서 멀어져 가는 자녀의 행동을 수용하지 못한다.
청소년은 독립된 인격체로서 부모에게 대우받기를 원하며, 자율성을 추구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해진다. 그와 더불어 청소년이 신체적으로 성장하면서 부모의 물리적인 처벌이나 통제가 어려워지며, 인지발달로 인하여 부모가 제시하는 규칙이나 가치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따라서 청소년을 가진 부모는 아동기와는 달리 보호자로서 해야 할 역할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청소년은 자율성과 부모와의 애착이나 통제 사이의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새로운 과제에 직면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부모와 청소년 자녀 사이에 갈등이 존재하며, 이것은 청소년의 독립성과 자아의 확립을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갈등은 청소년에게 도덕적 규칙, 태도, 관념, 가치관 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게 하며, 그 결과 자신과 세계에 대한 보다 나은 이해를 획득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김태련, 장휘숙, 1996:234)
청소년기 부모자녀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행복하고 안정된 가정생활을 영위하면서 부모와 자녀의 의사소통 기회를 확대하고 서로의 차이를 발견하고 해결해 나가는 것이다. 한편 청소년기에는 형제자매간의 경쟁이 점차 감소하고 형제자매를 인생에서 중요한 타자들로 생각하는 경향이 증대된다.
(2) 동년배 관계
청소년은 동년배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거나 다양한 활동을 함께 하면서 그들과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며, 그들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 청소년기의 동년배와의 관계는 아동기와는 달리 좀 더 구조화되고 통합된 형태를 보이며, 그들과의 관계를 매우 중요시한다.
동년배는 청소년에게 정서적 안정을 제공하며, 우정을 통하여 자신을 표현하고 타인을 이해할 수 있게 한다. 그들은 청소년에게 흥미 있는 정보와 즐거움을 제공하며, 지지, 격려, 환류 등을 통하여 청소년이 스스로 유능하고 매력적이며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동년배는 청소년들이 서로를 비교하여 자신이 어떤 위치에 있는가를 알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며, 청소년에게 자신을 노출하고 타인과 따뜻하고 친근하며 신뢰할 수 있는 관계를 맺을 수 있게 한다. (허혜경, 김혜수, 2002:263)
그러나 청소년은 동년배와의 관계에서 갈등이나 긴장을 초래할 수 있으며, 이것이 지속되면 청소년에게 고통과 혼란을 안겨준다. 또한 동년배는 청소년에게 개성을 억누르면서 집단의 규율에 일치하도록 강요하기도 하며, 청소년에게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학습시키기도 한다.
(3) 이성 관계
청소년기는 동성의 친구들과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우정을 나누면서 이성에게도 관심을 보이는 시기이다. 청소년 초기에는 동성에 대하여 강한 애착을 보이다가 점차 이성애 대한 호기심이 생기게 되어 동성 애착에서 이성 애착으로 변화된다. 이성 애착의 시기에는 영웅숭배 현상이 나타나 연장의 이성을 사모하다가 비슷한 연령의 이성에게 강한 관심을 나타내며, 마지막으로 이성 관계를 추구한다.
청소년의 이성과의 접촉은 대개 단체활동을 통해 이루어지다가 점차 개별적으로 발전한다. 이성 교제는 청소년의 성역할을 명백하게 해주며, 남성이나 여성으로서 자신을 가치 있는 존재로 인식할 수 있게 한다. 그러나 이것은 청소년에게 학업을 소홀히 하게 하거나, 비행과 접할 기회를 증진하는 부정적인 영향도 있다.
청소년의 이성 교제는 서구 문화권에서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지만, 동양 문화권에서는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청소년들은 대학 입학을 위한 과중한 학습 부담으로 집단활동에 참여할 기회나 시간이 부족하며, 부모나 주위 사람들이 이성 교제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 때문에 청소년의 이성 교제가 제한되고 있다. 그러나 청소년의 이성 교제를 부정적으로 보고 무조건 막기보다는 건전한 방향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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